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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침습 혈당 센서 2025년 어디까지 발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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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숙원, '바늘 없는 혈당 측정'은 어디까지 왔나

지난 50년간 당뇨병 관리 분야에서 '성배(Holy Grail)'로 불려온 기술이 있다. 바로 피부를 뚫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혈당 측정(Non-Invasive Blood Glucose Monitoring, NIGM)' 기술이다.

수십 년간의 실패와 과장된 광고 속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이 꿈이 2025년, 마침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곧 된다'는 막연한 구호가 아닌, '데이터'로 검증받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Apollon, DiaMonTech, Know Labs와 같은 핵심 선두 주자들이 MARD(평균 절대 상대 차이) 11% 수준의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며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본 포스팅은 2025년 현재 비침습 혈당 센서 시장의 현주소를 심층 분석하고, 거대한 기술적 난제와 이 경쟁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을 살펴본다.

'진짜' 비침습 시장과 '최소 침습' 시장의 혼란

비침습 혈당 센서 시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시장에서 혼용되는 용어의 문제다.

  • 진정한 비침습 (True NIGM): 본 포스팅의 핵심 주제다. 피부를 뚫거나 상처 내지 않고, 빛(광학), 전파(RF) 등을 이용해 신체 외부에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2025년 현재 이 시장은 R&D 단계이며, 상용화된 개인용 웨어러블 제품은 전무하다.
  • 최소 침습 CGM (Minimally Invasive CGM): 현재 시장의 주류 기술이다. 덱스콤(Dexcom), 애보트(Abbott) 등이 이 시장을 지배한다. 미세한 바늘(센서)을 피부 아래에 삽입해 간질액에서 포도당을 '연속' 측정한다. 이는 분명 '침습적' 방식이지만, 많은 시장 보고서가 이를 '비침습'으로 혼용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2025년 현재 '진정한 NIGM' 시장의 매출은 거의 0에 가깝다. 하지만 연평균 25%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률 전망은 이 시장이 기술적 잠재력만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즉, 수십억 달러 규모의 '최소 침습 CGM'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 시장(TAM)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장벽, 왜 50년간 상용화에 실패했는가

NIGM 기술이 50년간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그 기술적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모든 난제는 결국 '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 SNR)'라는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핵심 과제는 혈액이나 간질액 속 포도당이 생성하는 극도로 미약한 '신호'를, 인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물(Water)을 비롯해 단백질, 지방 등이 생성하는 압도적으로 강력한 '잡음' 속에서 정확하게 분리해내는 것이다.

특히 물 분자는 포도당과 매우 유사한 주파수 대역에서 반응하며 포도당 신호를 '묻어버린다'. 여기에 개인의 피부 두께, 체온, 수분 함량, 땀 분비 등 끊임없이 변하는 생리학적 변수까지 더해져, 통제된 실험실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안정적인 측정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AI와 머신러닝(ML) 알고리즘을 통해 이 모든 변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것이다.

2025년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술들

2025년 현재, 여러 기술 방식이 동시에 상용화의 문턱에서 경쟁하고 있다.

빛으로 혈당을 읽는 광학 방식

특정 파장의 빛(레이저)을 피부에 쏘아 포도당 분자와의 상호작용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 라만 분광법 (Raman): 물의 간섭이 적고 포도당 고유의 '지문'을 감지해 선택성이 높다. 하지만 신호 자체가 극도로 미약해 고출력 레이저와 초고감도 센서가 필요하다. (주요 기업: Apollon, Apple 추정)
  • 중적외선 (Mid-IR) 분광법: 광열(photothermal) 감지 기술을 사용한다. 물과 단백질의 간섭이 여전히 존재한다. (주요 기업: DiaMonTech)

전파로 유전율을 측정하는 RF 방식

저전력 고주파(RF)를 투과시켜, 혈당 농도 변화에 따른 조직의 유전율(dielectric constant) 변화를 측정한다. 광학 방식과 달리 피부색(멜라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주요 기업: Know Labs, Afon Technology)

호흡, 땀 그리고 AI 예측

땀, 타액, 눈물 등 체액을 이용하는 방식도 있으나, 이들 체액 속 포도당 농도는 실제 혈당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신뢰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흡 속 아세톤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PreEvnt)이나, 스마트폰 카메라(rPPG)로 심박 변이도를 측정해 AI로 '예측'하는 방식(하이 '글루코첵')도 있으나, '측정'이 아닌 '예측'의 한계, 그리고 다른 변수(약물 복용 등)에 의해 상관관계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다.

거대 기업의 참전과 FDA의 높은 문턱

이 치열한 경쟁에는 거대 기술 기업들도 '문샷' 프로젝트로 뛰어들었다.

Apple과 Samsung의 '문샷' 프로젝트

Apple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E5'라는 극비 프로젝트를 15년 이상 진행해왔다. 실리콘 포토닉스 칩 기반의 광학 기술로 추정되나, 2025년 현재 프로토타입이 너무 커 Apple Watch에 탑재하기 위한 '소형화' 문제에 부딪혀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Samsung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내부적으로 Galaxy Watch 탑재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삼성 벤처스를 통해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인 독일의 DiaMonTech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DiaMonTech의 중적외선 기술을 자사 웨어러블 생태계에 통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FDA의 이중적인 태도

규제 환경, 특히 미국 FDA의 입장은 시장의 가장 큰 변수다. 2024년 FDA는 "혈당을 비침습적으로 측정한다는 스마트워치나 링을 사용하지 말라"는 이례적인 '사기(scam) 경고'를 발표했다. 이는 부정확한 기기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이며, 합법적인 개발사들에게도 극도로 엄격한 검증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신호다.

동시에 FDA는 기존 강자인 Dexcom의 'Stelo'를 최초의 'OTC 최소 침습 CGM'으로 허가했다. 이는 '진짜 비침습'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검증된 '최소 침습' 기술의 편의성을 높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2025년 6월 현재, 개인용 '진정한 비침습' 웨어러블 기기 중 FDA나 CE 승인을 받은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2025년, 데이터로 승부하는 핵심 주자들

거대 기업들이 장기전을 준비하는 동안, 2025년 현재 FDA 승인을 위한 '진짜 레이스'는 다음 5개의 핵심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

2025년 NIGM 핵심 5개사 비교 Apollon (MOGLU) DiaMonTech (D-Pocket) Know Labs (KnowU) Afon Technology (Glucowear) PreEvnt (isaac)
핵심 기술 라만 분광법 (Raman) 중적외선(Mid-IR) 광열 기술 RF 유전체 분광법 (Bio-RFID) RF 센서 (고주파) 호흡 가스 (VOC - 아세톤)
측정 부위 피부 (손목, 팔 등) 손가락 끝 피부 (손바닥, 손목) 손목 아래 호흡 (날숨)
주요 임상 데이터 Clarke Error Grid: 100% (A/B존) (279 데이터 포인트) MARD: 11.1% ('Study 100' 결과) MARD: 11.1% / 혈당 상태 분류 정확도 93.37% MARD 데이터 비공개 임상 데이터(MARD) 비공개
주요 성과 (2025년) CES 2025 혁신상 수상. MIT/Joslin 공동 임상 D-Base(전문가용) CE 마크 획득. 삼성 투자 유치 MARD 11.1% 발표. 다수 특허 등록 유럽 중심 임상 진행 CES 2025 첫 공개
규제 현황 (2025년) 2025년 FDA 승인 목표 D-Pocket: FDA/CE 프로세스 진행 중 FDA 승인 전(Pre-approval) 프로세스 희망 2026년 상용화 목표 FDA 검토 대기 중

위 표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Apollon의 'Clarke Error Grid 100% (A/B존)' 주장은 MARD 수치보다 임상적으로 더 강력할 수 있다. MARD는 '평균' 오차율이지만, Clarke Grid는 치명적인 저혈당/고혈당 오류가 없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서로 다른 기술(광학, RF)을 사용하는 DiaMonTech와 Know Labs가 동시에 'MARD 11.1%'라는 동일한 수치를 발표했다. 이는 2025년 현재 기술 성숙도가 FDA 승인 기준인 10% 미만에 매우 근접해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Apollon의 '2025년 FDA 승인 목표'는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이다. 만약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50년간의 경쟁에서 첫 번째 승자가 되며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다.

2025년, '만약'에서 '누가'의 경쟁으로

2025년은 비침습 혈당 측정 시장이 '개념' 단계에서 '검증' 단계로 진입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경쟁은 '만약(if)'이 아닌 '언제(when)'와 '누가(who)'의 질문으로 바뀌었다.

단기적으로는 Dexcom Stelo와 같이 편의성이 개선된 '최소 침습 OTC CGM'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Apollon, DiaMonTech, Know Labs 중 누가 먼저 FDA의 높은 장벽을 넘어 '진정한 비침습' 의료기기 승인을 획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의 가장 큰 '와일드카드'는 단연 Apple이다. 그들이 소형화 문제를 해결하고 Apple Watch에 이 기능을 탑재하는 순간, 이는 단순한 의료기기를 넘어 '소비자 표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은 2025년 현재, 여전히 수년 뒤로 보인다.

결국 이 기나긴 레이스의 승자는, 인슐린 투여 결정에 가장 치명적인 '저혈당 구간'에서조차 신뢰할 수 있는 정확도를 데이터로 입증하며 FDA의 문턱을 넘는 첫 번째 기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