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게시물

피지컬 아시아 참가자들을 사점까지 몰아 붙였다는데 사점이란 무엇일까?

목차

피지컬 아시아, 그들이 말하는 '사점'의 진짜 의미

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아시아 버전인 《피지컬: 아시아》가 공개되면서 인간 한계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겁다. 아시아 각국의 내로라하는 피지컬 괴물들이 모였지만, 그들 입에서 유독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사점(Dead Point)'이다. 출연자들이 숨을 헐떡이며 "사점이 왔다"라고 말할 때, 그 고통은 화면 밖까지 전해진다. 도대체 사점이 무엇이길래 그 강한 사람들조차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방송 속 장면들을 통해 사점의 쉬운 뜻과 원리를 풀어본다.

몸이 운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스포츠나 운동을 할 때 말하는 사점은 쉽게 말해 '내 몸의 시스템이 과부하 걸린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갑자기 전력 질주를 한다고 상상해 보자. 다리는 이미 뛰고 있는데, 심장과 폐가 산소를 공급하는 속도는 그만큼 빠르지 않다.

운동 시작 후 약 2~3분 정도 지나면 우리 몸은 산소가 부족한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이때 몸은 산소 없이 에너지를 억지로 만들어내는데, 그 과정에서 '젖산' 같은 노폐물이 근육에 쌓인다.

이때가 바로 위기다. 뇌는 이산화탄소를 빨리 내보내려고 숨을 거칠게 쉬게 만들고, 근육은 타는 듯이 아프다.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은 지점(Dead Point)'이다. 《피지컬: 아시아》의 퀘스트들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조차 이 지점에 강제로 도달하게 만들 만큼 혹독하다.

100바퀴 기둥 밀기, 힘보다는 요령이 필요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화제가 된 '100바퀴 기둥 밀기' 미션을 보면 사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1톤이 넘는 기둥을 모래밭에서 미는 건 단순히 힘만 세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호주 팀은 초반부터 엄청난 힘으로 밀어붙였다. 보기에 멋있었지만, 이는 자동차로 치면 초반부터 엑셀을 끝까지 밟아 엔진을 과열시킨 셈이다. 결국 몸에 저장된 에너지가 너무 빨리 바닥나버렸고, 일부 선수는 "영혼이 나가는 것 같았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반면 몽골 팀은 영리했다. 팔 힘으로 미는 게 아니라, 무거운 체중을 기둥에 툭 기대어 밀었다. 이렇게 하면 근육이 덜 지치고 사점이 오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 무식하게 힘만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사점을 피하는 비결이었던 셈이다.

작전 스타일 결과
몽골 체중을 실어 기대는 방식 체력 아낌, 효율적 운영
호주 초반부터 전력 질주 체력 급방전, 빠른 고비 도달
한국 정신력과 팀워크 멘탈로 육체의 한계 극복

클라이밍에서의 사점은 기술이다

재밌는 건 '사점'이라는 단어가 다른 뜻으로도 쓰인다는 점이다. 매달리기 미션에서 클라이밍 선수들이 보여주는 사점(Deadpoint)은 고통이 아니라 고급 기술이다.

공을 하늘로 던지면 떨어지기 직전, 아주 잠깐 공중에 멈추는 순간이 있다. 클라이밍에서는 몸을 던져서 이 '무중력 상태'가 되는 찰나의 순간을 사점이라고 부른다. 고수들은 바로 이 순간에 다음 손잡이를 낚아챈다.

힘으로만 끙끙대며 올라가는 것보다, 이 기술을 쓰면 훨씬 적은 힘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격투기 선수들이 힘이 더 셀지 몰라도, 매달리기 미션에서 클라이밍 선수들이 유리한 이유는 바로 이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기지 못하는 벽, 장비 결함 논란

이번 시즌 후반부, 일본 팀과 관련된 논란은 사점의 의미를 또 다르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성 점령전' 퀘스트에서 일본 팀의 장비 안전핀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이라도 꼼짝 않는 벽을 계속 밀면 금방 지치게 된다. 근육에 힘은 들어가는데 움직임은 없으니 혈관이 눌려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내 체력의 한계(생리적 사점)가 아니라, 기계적인 문제로 인해 강제로 종료당하는 '기계적 사점'이다.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더 큰 아쉬움을 남긴 장면이었다.

고통을 넘어서야 만나는 두 번째 바람

《피지컬: 아시아》에서 본 사점은 단순히 숨이 찬 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몸이 보내는 "이제 그만해"라는 경고 신호이자,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벽, 때로는 운명처럼 마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운동 생리학에는 '세컨드 윈드(Second Wind)'라는 용어도 있다. 죽을 것 같은 사점을 꾹 참고 넘기면, 어느 순간 호흡이 터지며 다시 달릴 수 있는 편안한 상태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출연자들이 그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바로 이 두 번째 바람을 기다렸기 때문이 아닐까. 사점은 끝이 아니라, 한 단계 더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