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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사성과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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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두 바이러스의 진실
최근 "독감 바이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며 왕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대중에게 큰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물학적 분류 체계에서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하지만 이 둘은 인류를 괴롭혀온 역사 속에서 기묘하게 얽혀 있으며, 심지어 유전자를 교환한 흔적까지 발견된다. 이 글에서는 두 바이러스가 왜 '남남'인지, 그러면서도 왜 그토록 닮아 보이는지 그 내막을 파헤쳐 본다.
족보부터 다른 남남이다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는 두 바이러스의 소속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르토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한다. 이는 마치 개와 고양이가 포유류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서로 다른 '과'에 속하는 것과 같다.
두 바이러스 모두 겉면이 지질막(Envelope)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위에 돌기(Spike)가 돋아 있다는 형태적 공통점은 있다. 이 때문에 비전문가의 눈에는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껍질을 벗기고 내부의 유전체를 들여다보면 설계 방식부터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플루엔자는 핵 내부로 침투해 복제하는 반면, 코로나는 세포질에서 복제 공장을 가동한다. 사는 집의 주소지부터가 다른 셈이다.
레고 블록과 긴 두루마리의 차이
두 바이러스가 팬데믹을 일으키는 방식의 차이는 유전자 구조에서 기인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8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마치 조립식 레고 블록과 같다. 만약 한 숙주 세포에 사람 독감과 조류 독감이 동시에 감염되면, 이 8개의 조각들이 서로 뒤섞일 수 있다. 이를 '재편성'이라 부르며, 2009년 신종플루와 같은 대유행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기존의 면역 체계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조합의 바이러스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하나로 이어진 긴 두루마리와 같다. RNA 바이러스 중에서는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조각이 나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처럼 블록을 통째로 바꾸는 변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복제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교정 기능'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돌연변이 확률이 낮아야 정상이지만, 워낙 전파력이 강해 변이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 구분 | 인플루엔자 (독감) | 코로나19 |
|---|---|---|
| 유전체 구조 | 8개로 분절된 형태 (블록형) | 하나의 긴 단일 가닥 (일체형) |
| 주요 변이 방식 | 유전자 재편성 (섞이기) | 점 돌연변이 및 재조합 |
| 주요 침투 경로 | 시알산 수용체 (상기도 위주) | ACE2 수용체 (전신 혈관 등) |
왕관과 밤송이의 시각적 차이
'왕관 모양'이라는 표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름인 '코로나(Corona)'가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듬성듬성하지만 굵고 뚜렷하게 돋아 있어, 마치 태양의 대기층이나 왕관의 장식처럼 보인다.
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성게'나 '밤송이'에 가깝다. 표면의 단백질 돌기가 코로나보다 훨씬 빽빽하고 촘촘하게 박혀 있다. 전문가가 "독감도 왕관 모양"이라고 했다면, 이는 두 바이러스 모두 구형의 표면에 돌기가 나 있다는 점을 쉽게 설명하려다 빚어진 표현의 모호함일 가능성이 크다. 엄밀히 말하면 그 밀도와 형태에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1890년 러시아 독감의 반전
그렇다면 왜 전문가는 독감과 코로나를 연관 지어 설명했을까.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다. 1889년 전 세계를 강타해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독감'이 실제로는 인플루엔자가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현재 우리가 '일반 감기' 바이러스로 알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HCoV-OC43)이 1890년경 소에서 인간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환자들은 미각과 후각을 상실하고 신경계 증상을 보였는데, 이는 오늘날 코로나19 환자들이 겪는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즉, 역사 속에서 '독감'이라고 불렸던 팬데믹 중 일부는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소행이었을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OC43이라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과거 진화 과정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특정 유전자(헤마글루티닌-에스테라아제)를 훔쳐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독감 바이러스의 일부 기능을 공유하고 있다. 이 지점이 바로 두 바이러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이며, 전문가들이 두 바이러스의 관계를 설명할 때 복잡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료제와 백신이 섞일 수 없는 이유
학문적으로는 흥미로운 유사성이 있더라도, 현실의 치료 과정에서는 두 바이러스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제도 전혀 다르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의 특정 효소(뉴라미니다아제)를 억제하여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이 효소가 없다. 따라서 타미플루를 아무리 먹어도 코로나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 반대로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백신 또한 인플루엔자는 주로 유정란 배양 방식을, 코로나는 mRNA와 같은 최신 유전 공학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독감이 코로나의 일종이니 독감 백신을 맞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한 오해다.
바이러스의 세계는 복잡하고 정교하다
독감과 코로나는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졌지만, 그 공략법은 서로 다른 진화의 결과물이다. 독감은 변신의 귀재처럼 모습을 바꾸며 다가오고, 코로나는 끈질긴 생명력과 은밀한 침투력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전문가의 발언은 "역사적으로나 유전적으로 두 바이러스 사이에 교류가 있었고, 겉모습이 비슷하다"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를 "분류학적으로 같은 종류"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과학적 사실과 다르다. 정확한 지식이 불필요한 공포를 없애고 올바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두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남남이지만, 인류의 면역 시스템을 뚫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진화해 온 강력한 적수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