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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BPA), 프라이팬 코팅, 향수 등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이 갑상선이나 생식 기능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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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향긋한 샴푸로 머리를 감고, 눌어붙지 않는 매끄러운 프라이팬에 달걀을 굽는다. 출근길 카페에서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영수증을 받아 든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편리한 이 일상들이 사실은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하는 거대한 위협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흔히 '환경호르몬'이라 불리는 내분비계 교란물질(EDCs)은 우리 몸의 섬세한 호르몬 신호 체계를 교란하여 갑상선 기능 저하, 생식 기능 이상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오늘은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세 가지와 그 대처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편리함 속에 숨겨진 독, 영수증과 비스페놀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우리가 무심코 주고받는 '영수증'이다. 영수증 용지인 감열지 표면에는 글씨를 나타내게 하는 화학물질이 코팅되어 있다. 바로 비스페놀 A(BPA)다. 문제는 이 물질이 종이에 단단히 결합된 것이 아니라 표면에 묻어 있는 상태라,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피부를 통해 쉽게 흡수된다는 점이다.

입으로 들어오는 독소는 간에서 어느 정도 해독 과정을 거치지만, 피부로 흡수된 독소는 혈관을 타고 곧바로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연구에 따르면 영수증을 단 5초만 쥐고 있어도 비스페놀 성분이 피부로 이동한다고 한다. 특히 손 소독제나 핸드크림을 바른 직후 영수증을 만지면 알코올과 유분기가 흡수 촉진제 역할을 하여 평소보다 최대 100배까지 흡수량이 늘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BPA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BPA Free' 영수증이 등장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BPA 대신 구조가 거의 유사한 비스페놀 S(BPS)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독성학에서는 '유감스러운 대체'라고 부른다. BPS 역시 BPA만큼이나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를 교란하고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매끄러운 프라이팬의 배신, 과불화화합물(PFAS)

요리할 때 재료가 눌어붙지 않게 해주는 코팅 프라이팬은 주방의 혁명과도 같았다. 이 마법 같은 코팅의 핵심은 물과 기름을 모두 튕겨내는 과불화화합물(PFAS)이다. 자연계에서 분해되지 않고 영원히 남는다고 하여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코팅 팬은 고온에 매우 취약하다. 빈 팬을 강불에 올려두면 단 몇 분 만에 온도가 260도를 넘어가는데, 이때부터 코팅이 분해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가스와 미세 입자가 뿜어져 나온다. 이 물질들은 우리 몸에 들어와 갑상선 호르몬의 운반을 방해하고, 임신부의 경우 태반을 통과해 태아의 발달을 저해하거나 저체중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편리함을 위해 코팅 팬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빈 팬을 가열하지 말고, 조리 온도는 중불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코팅이 벗겨지거나 긁힌 팬은 아깝더라도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향기로운 유혹, 향수와 프탈레이트

개성을 표현하는 향수나 화장품의 진한 향기 속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향기가 빨리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프탈레이트와 인공적인 향을 만드는 합성 사향이 그 주인공이다.

화장품 전성분 표시를 보면 구체적인 성분명 대신 단순히 '향료(Fragrance)'라고만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의 영업 비밀 보호라는 명분 아래,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이 이 단어 하나 뒤에 숨어 있다. 프탈레이트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체내에서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거나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특히 여성에게는 성조숙증이나 자궁 질환을, 남성에게는 정자 수 감소와 같은 생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합성 사향은 지방에 축적되는 성질이 있어 모유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바디버든을 줄이는 현명한 생활 습관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화학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며 살아간다. 이를 '칵테일 효과'라고 하는데, 각각의 물질은 기준치 이하일지라도 섞였을 때 어떤 시너지 독성을 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체내에 쌓이는 유해 물질의 총량인 '바디버든(Body Burden)'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했다.

구분 실천 가이드
영수증 전자 영수증으로 받기를 생활화한다. 부득이하게 종이 영수증을 받았다면 인쇄면을 만지지 말고, 핸드크림을 바른 직후에는 접촉을 피한다. 만진 후에는 비누로 손을 씻는다.
주방 용품 코팅 팬 대신 스테인리스나 무쇠 팬 사용을 권장한다. 코팅 팬 사용 시에는 중불 이하로 조리하고 빈 팬을 가열하지 않는다. 흠집 난 팬은 즉시 교체한다.
화장품/향수 전성분에 '향료'가 앞쪽에 있는 제품은 피한다. 가급적 무향 제품이나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 제품을 선택한다.
생활 환경 실내 먼지에 화학물질이 축적되므로 하루 3번 이상 환기하고, 물걸레 청소를 자주 하여 집안 먼지를 제거한다.

화학물질을 완전히 피하고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아는 만큼 피할 수 있고, 줄일 수 있다. 무심코 받던 영수증을 거절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스테인리스 팬을 예열해 쓰는 작은 노력들이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단단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편리함보다는 안전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