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과 진실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의 인큐베이터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작디작은 아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날, 부모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인터넷을 검색하다 마주치는 수많은 정보는 또 다른 불안의 씨앗이 된다. 그중 부모들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단어는 바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1kg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아들도 기적처럼 생존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생존을 넘어선 '발달'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많은 부모가 "우리 아이가 일찍 태어났는데 혹시 자폐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밤을 지새운다. 오늘은 막연한 공포 대신, 정확한 통계와 최신 의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른둥이와 자폐의 관계를 명확히 짚어보고자 한다.
통계로 보는 자폐 발생 위험의 현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이른둥이가 만삭아에 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을 확률은 평균적으로 약 3.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수치만 보면 덜컥 겁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숫자를 해석할 때는 조금 더 세밀한 시선이 필요하다.
모든 이른둥이가 같은 위험을 안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임신 기간, 즉 엄마 뱃속에 머문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위험도는 계단식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 출생 시기 구분 |
임신 주수 |
자폐 발생률 |
만삭아 대비 위험도 |
| 초조산아 |
22-27주 |
약 6.1% |
약 4.35배 |
| 중등도 조산아 |
28-33주 |
약 2.6% |
약 1.85배 |
| 후기 조산아 |
34-36주 |
약 1.9% |
약 1.35배 |
| 만삭아 |
39-41주 |
약 1.4% |
기준점 |
위 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27주 미만의 초조산아 그룹이라 하더라도 자폐 발생률은 약 6.1%라는 사실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94%에 달하는 대다수의 초조산아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없이 성장한다**는 뜻이 된다. 통계적 위험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곧 '확정된 미래'는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데이터는 해외보다 위험도가 다소 높게 보고되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고위험 신생아를 더 잘 살려내고 있고, 영유아 검진 시스템이 촘촘하여 발달 문제를 조기에 잘 발견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임신 마지막 3개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일
그렇다면 왜 일찍 태어난 아기들은 자폐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을까. 이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유전적 문제보다는, 뇌가 발달하는 '타이밍'과 환경의 불일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 마지막 3개월(24주~40주)은 태아의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다. 뇌의 무게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뇌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인 백질(White Matter)이 완성되고, 사회성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소뇌(Cerebellum)가 급격히 커지는 때가 바로 이 시기다.
만삭아는 엄마 뱃속이라는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환경에서 이 과정을 마치고 세상에 나온다. 반면 이른둥이는 뇌의 배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태에서 낯선 세상으로 나온다. 병원의 소음, 빛, 치료 과정에서의 통증, 그리고 때로는 감염이나 염증 같은 스트레스 요인들이 뇌의 정교한 연결 작업을 방해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특히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섬유의 연결성이 약해지거나,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는 소뇌의 발달이 저해될 때 자폐와 유사한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아이가 겪어야 했던 힘겨운 생존 투쟁의 흔적이지, 결코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진짜 자폐일까 아니면 조산아 특유의 행동일까
이른둥이 부모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아이의 행동이 자폐 증상인지, 아니면 단순히 발달이 느린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른둥이들은 **'조산아 행동 표현형(Preterm Behavioral Phenotype)'**이라 불리는 독특한 특성을 보이곤 한다.
이른둥이들은 종종 주의가 산만하고, 불안도가 높으며, 낯선 사람 앞에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적으로 물러서고 상호작용을 주저하는 모습은 겉보기에는 자폐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그 속사정은 다를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타인과 교류하려는 '사회적 동기' 자체가 부족한 것이라면, 많은 이른둥이는 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미숙해서, 혹은 불안해서 머뭇거리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운동 발달이 늦어 몸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을 사회성 부족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흔히 사용하는 자폐 선별 검사(M-CHAT)에서도 이른둥이들은 위양성(자폐가 아닌데 자폐로 의심된다고 나오는 경우) 비율이 높다. 손가락으로 물건을 가리키는 행동(포인팅)을 못 해서 점수가 낮게 나왔지만, 알고 보니 사회성 문제가 아니라 손가락 근육 조절이 덜 되었을 뿐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섣불리 자폐를 의심하기보다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수적이다.
남아와 여아 그리고 체중이 주는 영향
일반적으로 자폐는 남아에게서 훨씬 많이 발생하며, 이른둥이 역시 남아가 여아보다 자폐 진단 비율이 높다. 남성 태아가 자궁 내 스트레스에 생물학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가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여아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여아는 자폐에 걸릴 확률이 낮지만, 조산이라는 강력한 환경적 충격이 가해졌을 때는 만삭 여아 대비 위험도가 꽤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출생 체중도 중요한 변수다. 같은 주수에 태어났더라도 또래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부당 경량아(SGA)는 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 공급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어 위험이 커진다. 반대로, 이른둥이 중에서도 체중이 넉넉하게 태어난 아이들은 그 여분의 체중이 뇌 손상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여 자폐 위험을 낮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아이가 자라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최근 연구들은 뇌의 가소성(뇌가 변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가장 활발한 영유아기에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예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1. 교정 연령으로 발달 확인하기**
모든 발달의 기준은 태어난 날이 아니라 출산 예정일을 기준으로 한 '교정 연령'이어야 한다. 생후 12개월이라도 3달 일찍 태어났다면 9개월 아기의 발달 수준과 비교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2. 눈 맞춤과 상호작용 관찰하기**
아이가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지 않거나, 눈 맞춤이 현저히 적거나, 회전하는 물체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생후 6개월까지는 잘 자라다가 돌 무렵부터 발달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3. 부모 주도형 놀이 치료 시작하기**
진단명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아이가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인다면 즉시 개입을 시작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미세한 신호를 읽고 반응해 주는 '반응형 양육' 프로그램(예: iBASIS-VIPP)은 자폐 고위험군 이른둥이들의 자폐 진단율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마치며: 걱정보다는 관찰과 사랑으로
"이른둥이는 자폐에 걸릴 확률이 높다"라는 문장은 부모에게 공포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미리 예측하고, 더 빨리, 더 적절하게 도와주기 위한 이정표와 같다.
대부분의 이른둥이는 건강하고 밝게 자라난다. 설령 발달의 과정에서 조금 다른 궤적을 그리더라도, 부모의 따뜻한 눈맞춤과 적절한 자극이 있다면 아이의 뇌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진단명'이 아니라 지금 내 아이와 얼마나 깊이 '교감'하고 있느냐는 사실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