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게시물
안약 한 방울로 돋보기를 벗는다? 최신 노안 치료 안약 총정리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목차
안약 한 방울로 돋보기를 벗는다? 최신 노안 치료 안약 총정리
최근 ‘안약 한 방울로 노안을 치료한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노안은 가까운 글씨가 흐릿해지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지만,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합니다. 지금까지 돋보기안경이나 다초점 렌즈, 혹은 수술적 방법에 의존해야 했던 노안 관리에 새로운 대안이 등장한 것입니다.[1, 2] 과연 이 안약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며, 그 효과와 안전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또한, 국내에서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본 보고서는 최신 의학 연구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노안 치료 안약의 과학적 원리부터 주요 제품들의 임상 데이터, 잠재적 부작용, 그리고 국내 도입 가능성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독자들의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소하고자 합니다.
1. '핀홀 비전'의 과학: 안약은 어떻게 노안 시계를 되돌리는가
노안(Presbyopia)이란 무엇인가?
노안 치료 안약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안이 왜 발생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노안은 질병이 아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기능이 저하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우리 눈의 수정체는 카메라의 자동 초점(autofocus) 렌즈와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젊을 때는 수정체가 부드럽고 탄력적이어서 모양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가까운 물체에 쉽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는 점차 딱딱해지고 탄력을 잃게 되어, 가까운 사물을 볼 때 충분히 두꺼워지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가까운 거리의 상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지 못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현상이 바로 노안입니다.
핵심 원리: 축동(Miosis)과 핀홀 효과
현재 개발된 거의 모든 노안 치료 안약은 ‘축동(miosis)’이라는 단일한 핵심 원리에 기반합니다.[3] 축동이란 동공의 크기가 작아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카메라의 조리개(aperture) 원리와 같습니다. 카메라 조리개를 조이면(f-stop 값을 높이면) 사진의 심도(depth of field)가 깊어져 가까운 피사체와 먼 배경이 모두 선명하게 나오는 것처럼, 동공이 작아지면 눈의 초점 심도가 깊어집니다.
이 ‘핀홀 효과(pinhole effect)’ 덕분에 수정체가 예전처럼 활발하게 모양을 바꾸지 않아도,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초점이 맞는 범위가 넓어져 가까운 글씨를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3, 4, 5] 우리가 무언가를 더 잘 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눈을 찡그리는 행동 역시 스스로 핀홀을 만들어 초점 심도를 높이려는 원리입니다.[6]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안약들이 노안의 근본 원인인 수정체의 경화(硬化)를 되돌리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딱딱해진 수정체는 그대로 둔 채, 동공의 크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눈의 광학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광학적 보완책’에 가깝습니다. 즉, 생물학적 ‘치료’가 아닌, 일시적인 ‘기능 보조’인 셈입니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에만 효과가 나타나며, 매일 안약을 점안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3, 7, 8]
2. 시장의 경쟁자들: FDA 승인 노안 치료 안약 비교 분석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노안 치료 안약은 크게 두 가지 성분으로 나뉩니다: 전통적인 필로카르핀(pilocarpine)과 차세대 성분인 아세클리딘(aceclidine)입니다.[9] 각 성분의 작용 방식과 임상 결과, 부작용 프로파일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2.1. 선구자: 필로카르핀 기반 안약 (뷰티, 큐로시)
오래된 약물의 새로운 발견
최초의 노안 치료 안약에 사용된 필로카르핀은 사실 새로운 물질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녹내장 치료를 위해 안압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되어 온 유서 깊은 약물입니다.[7, 10, 11] 이를 노안 치료에 적용한 것은 기존 약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중 작용 메커니즘과 그 한계
필로카르핀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콜린성 작용제로, 눈의 두 가지 근육에 동시에 작용합니다.[7, 12, 13]
- 홍채 조임근 (Iris Sphincter Muscle): 이 근육을 수축시켜 동공을 작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핀홀 효과’입니다.
- 모양체근 (Ciliary Muscle): 이 근육까지 수축시켜 수정체의 모양을 강제로 조절하려 합니다.
뷰티(Vuity)의 임상 데이터
2021년 10월, 애브비(AbbVie)사의 뷰티(1.25% 필로카르핀)가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8, 14] 750명이 참여한 GEMINI 1, 2 임상시험에서 뷰티는 점안 후 1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 최대 6시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7, 8] 이후 효과 지속 시간을 최대 9시간까지 늘리기 위한 1일 2회 투여 옵션도 승인되었습니다.[15]
이중 작용의 그림자: 부작용
문제는 필로카르핀의 두 번째 작용, 즉 모양체근 수축에서 비롯됩니다. 이 불필요한 작용이 필로카르핀 계열 안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 두통 및 눈썹 통증: 모양체근의 과도한 긴장이 두통이나 눈썹 부위의 뻐근한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7, 11]
- 일시적 근시: 수정체 위치가 강제로 변하면서 원거리 시력이 일시적으로 흐려지는 ‘근시화(myopic shift)’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상당한 불편을 줍니다.[16]
- 기타 부작용: 눈 충혈, 자극감 등도 보고되었습니다.[7]
가장 심각한 위험: 망막 박리
더욱 중요한 것은 시판 후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망막 박리 및 열공(찢어짐) 사례가 보고되었다는 점입니다.[17, 18, 19] 모양체근이 수축할 때 눈 속의 유리체(vitreous)를 앞으로 끌어당기게 되는데, 이 견인력이 망막에 전달되어 망막이 찢어지거나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18, 20] 특히 고도 근시 환자나, 망막 주변부에 격자 변성 등 구조적 약점이 있는 사람에게서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20, 21] 이 때문에 현재 안과 전문의들은 필로카르핀 계열 안약을 처방하기 전, 반드시 안저 정밀 검사를 통해 망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19, 22]
큐로시(Qlosi)의 등장
큐로시(0.4% 필로카르핀)는 뷰티보다 낮은 농도로 부작용을 줄이려는 전략을 취한 약물입니다.[17, 23] 저농도인 만큼 효과 유지를 위해 1일 2회 투여가 권장됩니다.[12, 23] 이 약물은 국내 제약사가 독점 계약을 체결하여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입니다.[12]
2.2. 차세대 주자: 아세클리딘 기반 안약 (비즈)
더 정밀해진 타겟팅
2025년 중반 FDA 승인을 받은 렌즈 테라퓨틱스(LENZ Therapeutics)의 비즈(VIZZ)는 아세클리딘 성분을 기반으로 하며, 필로카르핀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약물로 평가받습니다.[1, 24, 25]
차별화된 작용 기전: '동공 선택적, 모양체 보존'
아세클리딘의 가장 큰 혁신은 ‘동공 선택적 작용’에 있습니다. 이 성분은 필로카르핀과 달리 홍채 조임근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부작용의 원인이었던 모양체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4, 5, 16] 이는 원하는 핀홀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두통, 원거리 시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임상적 이점으로 직결됩니다.[1, 16] 이러한 발전은 단순히 기존 약물을 재활용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노안의 광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메커니즘을 찾아 정밀하게 설계된 ‘맞춤형 신약’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합니다.
탁월한 임상 데이터
680명 이상이 참여한 CLARITY 1, 2, 3 임상시험에서 비즈는 매우 인상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1, 25]
- 효과 및 지속성: 점안 후 30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며, 단 한 번의 점안으로 최대 10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됩니다.[1, 24] 임상 참여자의 71%가 시력표에서 세 줄 이상을 더 읽는 유의미한 시력 개선을 경험했습니다.[24]
- 안전성: 총 3만 회 이상의 투여 기록 동안 치료와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6, 24]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일시적인 점안 부위 자극감, 두통 등으로 대부분 경미하고 저절로 사라졌습니다.[24, 25]
FDA 승인 노안 치료 안약 비교
특징 | 뷰티 (Vuity) | 큐로시 (Qlosi) | 비즈 (VIZZ) |
---|---|---|---|
주성분 | 필로카르핀 HCl 1.25% [8] | 필로카르핀 HCl 0.4% [12] | 아세클리딘 1.44% [24] |
작용 기전 | 비선택적: 홍채 조임근과 모양체근 동시 수축 [7, 11] | 비선택적: 홍채 조임근과 모양체근 동시 수축 (저농도) [12] | 동공 선택적: 주로 홍채 조임근에 작용, 모양체근 영향 최소화 [4, 16] |
효과 발현 및 지속 시간 | 발현: 약 15분, 지속: 최대 6-9시간 (2회 점안 시) [8, 15] | 발현: 약 20분, 지속: 최대 8시간 (2회 점안 시) [17, 23] | 발현: 약 30분, 지속: 최대 10시간 (1회 점안 시) [1, 24] |
주요 임상 특징 | 최초의 FDA 승인 안약, 근거리 시력 개선 [8, 14] | 저농도로 부작용 감소 목표 [17, 23] | 긴 지속 시간, 원거리 시력에 영향 없음 [1, 16] |
주요 부작용 및 위험 | 두통, 눈썹 통증, 일시적 원거리 시력 저하. 드물지만 심각한 망막 박리 위험 존재. [7, 18, 21] | 뷰티와 유사한 프로파일, 저농도로 경감 가능성. 망막 위험은 여전히 고려 대상. [17, 23] | 경미하고 일시적인 두통, 자극감. 근시화 없음. 임상에서 심각한 부작용 보고 없음. [6, 24] |
3. 미래 전망: 장기 치료의 가능성과 새로운 혁신
아르헨티나의 놀라운 연구: 2년 지속 효과?
2025년 유럽 백내장굴절수술학회(ESCRS)에서 발표된 아르헨티나 연구팀의 결과는 학계와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26, 27] 연구팀은 필로카르핀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인 디클로페낙을 결합한 새로운 안약을 개발했습니다.[28, 29] 디클로페낙은 필로카르핀의 장기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염증이나 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28, 30]
76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일정 기간 매일 점안한 후 투약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력 개선 효과가 평균 434일, 최대 2년까지 지속되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29, 31, 32]
전문가의 시각: 기대와 검증 사이
이러한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과학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의 부르크하르트 딕 교수 등 여러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전성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29, 32, 33] 이 연구 결과는 아직 동료 심사(peer review)를 거쳐 정식 학술지에 게재된 것이 아니라 학회에서 발표된 초기 단계의 보고입니다. 과학적 검증 과정에서 학회 발표는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다른 연구자들의 엄격한 검토와 재현 연구를 통해 그 타당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야만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노안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발견이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이 외에도 카바콜(carbachol)과 브리모니딘(brimonidine)을 결합한 복합제나, 약물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점안액 대신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고 있어 노안 치료 분야는 계속해서 발전할 전망입니다.[11, 17, 34]
4. 현실적인 문제: 국내 도입 시기, 비용, 그리고 나에게 맞는 치료법일까?
국내 도입 전망: 언제쯤 사용 가능할까?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이 안약들을 한국에서 언제쯤 사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2025년 말 현재, FDA 승인을 받은 노안 치료 안약 중 국내에 정식 출시된 제품은 아직 없습니다.[35]
- 뷰티(Vuity): 국내 도입을 위한 별도의 임상(가교 임상) 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도입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35, 36]
- 큐로시(Qlosi): 국내 도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품입니다. 2024년 9월, 국내 기업인 옵투스제약이 큐로시의 국내 독점 판매 및 생산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12]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가장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비즈(VIZZ): 가장 최신 약물인 만큼, 국내 파트너사 선정 및 식약처 허가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5]
외국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여기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 과정이 포함될 수 있어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5, 36]
비용-편익 분석
미국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 비즈와 뷰티 모두 한 달 사용량이 약 79달러(한화 약 1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되었습니다.[3, 6, 25] 매달 이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돋보기의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누가 좋은 후보이며, 누가 주의해야 하는가?
이 안약이 모든 노안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 이상적인 후보: 일반적으로 40~50대의 경증 및 중등도 노안 환자 중 돋보기 착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활동적인 생활을 원하는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7, 15]
- 주의가 필요한 경우:
- 필로카르핀 계열(뷰티, 큐로시): 망막 박리 위험 때문에 고도 근시, 망막 열공이나 격자 변성 등 기존 망막 질환이 있는 환자는 사용을 피하거나 극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처방 전 안저 정밀 검사는 필수입니다.[4, 19, 21]
- 모든 축동제(비즈 포함): 동공이 작아지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어 어두운 환경에서의 시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야간 운전자, 조종사 등 야간 시력이 중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사용에 신중해야 합니다.[4, 5, 37]
- 녹내장, 심한 안구건조증 등 다른 안과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 후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4]
결론: 더 선명해질 가까운 미래
안약으로 노안을 교정하는 시대는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존 약물을 재활용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하도록 정밀하게 설계된 차세대 약물이 등장하는 등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안약들은 노안의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돋보기의 불편함과 수술의 위험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들에게 효과적인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잘 맞는 환자에게는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치료법은 반드시 안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눈 상태와 망막 위험 요소를 철저히 평가한 후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유일한 길입니다. 가까운 미래는 분명 더 선명해지고 있지만, 그 길은 반드시 전문가의 안내를 받아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