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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름을 꼭 병원에서 짜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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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면 낫겠지?" 뾰루지 속 고름, 함부로 짜면 안 되는 이유
피부에 불쑥 솟아오른 뾰루지나 종기, 그 안에 노랗게 들어찬 고름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곤 합니다. "시원하게 짜내면 금방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충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글에서는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여겼던 고름이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인 이유와, 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고름, 사실은 우리 몸의 치열한 전투 현장입니다
고름은 단순히 더러운 분비물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에 맞서 싸운 우리 몸의 용감한 백혈구 군단과 세균의 시체가 뒤섞인, 치열했던 전투의 결과물이죠. 우리 몸은 감염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름 주변에 단단한 막을 만들어 가두는데, 이것이 바로 '농양' 또는 '종기'라고 불리는 고름 주머니입니다. 이 방어벽은 감염 확산을 막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항생제 같은 약물이 침투하는 것을 방해해 치료를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균은 우리 피부에도 흔히 존재하는 황색포도상구균입니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이 균이 상처나 모낭을 통해 피부 속으로 침투하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죠.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비만,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라면 사소한 감염도 쉽게 농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해결사!" 스스로 짜는 것의 위험한 함정
집에서 고름을 짜내는 행위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을 지피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 2차 감염과 염증 악화: 소독되지 않은 손이나 도구는 새로운 세균을 상처 속으로 밀어 넣어 2차 감염을 유발합니다. 또한, 섣불리 짜내려 하면 염증이 주변 조직으로 퍼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감염 확산의 공포, 연조직염과 패혈증: 농양을 무리하게 짜면 고름 주머니가 안쪽으로 터지면서 세균이 주변 연한 조직으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피부가 넓게 붉어지고 붓고 아픈 '연조직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세균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작은 종기 하나를 잘못 건드린 대가로는 너무나도 치명적입니다.
- 영구적인 흉터와 재발: 비전문가가 피부를 무리하게 짜면 진피층이 손상되어 보기 흉한 흉터가 남기 쉽습니다. 또한, 감염의 뿌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 계속해서 고름이 차오르며 재발을 반복하게 됩니다.
🚨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때: 응급 신호 체크리스트
모든 고름이 응급 상황은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주저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 진통제로도 조절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 있을 때
- 하루 이틀 사이에 크기가 눈에 띄게 커질 때
- 38°C 이상의 열이 나거나 몸이 으슬으슬 떨릴 때
- 종기 주변이 넓게 붉어지고 뜨거운 열감이 느껴질 때
- 종기에서부터 붉은 줄무늬가 뻗어 나갈 때 (감염이 퍼지고 있다는 신호!)
- 얼굴(특히 코와 입 주변), 목, 척추, 사타구니, 항문 주위 등 위험한 부위에 생겼을 때
- 당뇨병 등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기저 질환이 있을 때
전문가의 손길: 병원에서는 어떻게 치료할까요?
병원에 방문하면 안전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농양의 위치에 따라 피부과, 외과, 성형외과, 혹은 항문주위농양의 경우 대장항문외과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절개 및 배농술'입니다. 국소 마취 후 소독된 의료용 칼로 피부를 작게 절개하여 고름이 빠져나올 길을 만듭니다. 이후 내부의 고름을 완전히 짜내고 깨끗하게 세척한 뒤, 상처가 안쪽부터 잘 아물도록 드레싱을 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고름을 빼내는 것을 넘어, 재발을 막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전문적인 치료입니다. 필요에 따라 항생제 치료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건강한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 습관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사후 관리와 재발 방지입니다.
- 상처 관리: 병원에서 안내받은 대로 소독과 드레싱을 철저히 하고,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 면역력 강화: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는 우리 몸의 방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피부 위생: 몸을 청결히 하고, 꽉 끼는 옷보다는 통기성이 좋은 옷을 입어 피부 마찰을 줄여주세요. 수건이나 면도기 등 개인위생용품은 절대 다른 사람과 함께 쓰지 않습니다.
- 건강한 식단: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설탕이 많은 음식이나 가공식품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고름은 우리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 섣불리 자가 치료를 시도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절대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으세요. 그것이 당신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