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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후 증상 없을 때 호르몬 치료 정말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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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후 증상 없을 때 호르몬 치료, 정말 필요할까?

폐경 후 안면홍조나 급격한 감정 변화 같은 특별한 갱년기 증상이 없는데, 굳이 호르몬 약을 먹어야 할까? 이는 현재의 편안함을 넘어 수십 년의 건강을 내다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갱년기는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여성호르몬, 특히 에스트로겐의 고갈은 우리 몸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질문의 핵심은 '지금 당장 괜찮은가'가 아니라 '미래의 건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있다.

증상 없이 시작되는 몸의 조용한 변화

많은 여성이 갱년기 증상이 없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 폐경은 여러 신체 시스템에 조용한 변화를 일으키는 전환점이다. 에스트로겐은 단순히 임신과 출산에만 관여하는 호르몬이 아니다. 뼈, 심혈관, 뇌, 비뇨생식기계 등 전신에 걸쳐 중요한 보호 역할을 수행한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사라지면 이 보호막이 걷히면서 세 가지 '조용한' 장기적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 가속화되는 골밀도 감소: 에스트로겐은 뼈를 파괴하는 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 이 보호막이 사라지면 폐경 후 첫 5~10년간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하며, 이는 증상 없는 골감소증을 거쳐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심혈관계의 불리한 변화: 에스트로겐은 혈관 탄력성을 유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등 심혈관을 보호한다. 에스트로겐 결핍은 혈압 상승과 콜레스테롤 수치 악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 점진적인 비뇨생식기계 위축: 질과 요도 조직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을 잃는 변화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질 건조증, 성교통, 재발성 방광염이나 요로 감염의 위험이 커진다.

호르몬 대체 요법(HRT), 득과 실 따져보기

'갱년기 약'으로 불리는 호르몬 대체 요법(HRT)은 폐경으로 부족해진 에스트로겐을 보충해 다양한 문제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치료법이다. 한때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다 2002년 '여성 건강 이니셔티브(WHI)' 연구 결과로 유방암, 뇌졸중 등의 위험성이 부각되며 처방이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연구 참여자 대부분이 폐경 후 10년 이상 지난 고령이었다는 한계가 밝혀졌다.

최신 연구들은 '시기 가설(Timing Hypothesis)'을 강조한다. 폐경 후 10년 이내, 60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HRT를 시작할 경우, 위험보다 혜택이 더 클 수 있다는 '기회의 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시작하면 골다공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며, 비뇨생식기 건강을 보존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오히려 낮출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물론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년 이상 장기 사용 시 유방암 발생 위험이 소폭 증가할 수 있고, 먹는 약(경구 제제)은 혈전(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을 높인다. 단, 자궁이 없어 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 유방암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고, 피부에 붙이거나 바르는 제제(경피 제제)는 혈전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위험 요인에 따라 치료법을 매우 정교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호르몬 치료 외 건강 관리 방법

HRT가 적합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장기적인 건강을 지킬 방법은 많다. 약물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폐경 후 여성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핵심적인 건강 관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뼈를 위한 운동: 걷기, 조깅처럼 뼈에 자극을 주는 체중 부하 운동과 근육을 키워 낙상 위험을 줄이는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 균형 잡힌 영양: 하루 1,200mg의 칼슘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 800-2000 IU 섭취가 필수적이다. 또한, 근육 유지를 위한 양질의 단백질과 심장 건강에 좋은 통곡물, 채소, 과일, 건강한 지방 섭취를 늘려야 한다.
  • 비호르몬 약물: 뼈 건강이 주된 걱정이라면 랄록시펜과 같은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나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골다공증 전문 치료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처방은 의사의 진료와 함께

증상 없는 폐경 후 여성의 호르몬 치료는 현재의 불편함 해소가 아닌 '예방적 건강 관리'의 선택지 중 하나다. 의무가 결코 아니다. 가장 확실한 혜택은 골다공증과 비뇨생식기 위축 예방에 있으며, 이러한 혜택과 잠재적 위험 사이에서 신중한 저울질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골밀도 수치, 가족력, 개인의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호르몬 치료의 필요성, 가장 안전한 약물 종류와 투여 경로, 그리고 약물 외적인 종합 건강 관리 방법까지 나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