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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원인과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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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잘 안 빠져요.", "생리 주기가 들쑥날쑥해요."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이다. 이름부터 어렵게 느껴지는 이 질환은 사실 난소에만 물혹이 생기는 단순한 병이 아니다. 우리 몸 전체의 대사 시스템과 호르몬 신호 체계가 보내는 '구조 요청'에 가깝다. 오늘은 복잡한 의학 용어 대신, 우리 몸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쉬운 이야기로 풀어보고자 한다.
몸속 신호등이 고장 났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이해하려면 먼저 '인슐린'과 '호르몬'이라는 두 주인공을 알아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질환의 핵심 원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지목한다.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말해 몸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똑똑 노크 소리를 못 듣는 상태다.
귀를 닫은 세포, 소리 지르는 췌장
우리가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고, 췌장은 인슐린을 내보내 "당분을 세포 속으로 들여보내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의 몸은 이 신호에 둔감하다. 세포 문이 열리지 않으니 췌장은 더 큰 목소리로(더 많은 양의) 인슐린을 뿜어낸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근육이나 지방 세포는 인슐린의 말을 무시하지만, 난소는 이 과도한 인슐린 신호를 너무 잘 받아들인다. 넘쳐나는 인슐린에 자극받은 난소는 엉뚱하게도 남성 호르몬을 과도하게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결국 혈당은 잡히지 않고, 남성 호르몬 수치만 높아져 여드름이 나거나 털이 굵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배란 신호의 혼선
뇌에서도 신호 오류가 발생한다. 뇌의 사령탑(시상하부)은 난소에게 "난자를 키워라", "이제 내보내라(배란)"라는 신호를 주기적으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호르몬 밸런스가 깨지면 "배란하라"는 신호 대신 미성숙한 난자만 잔뜩 키우라는 잘못된 신호가 계속된다. 결국 난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난소 안에 작은 주머니 형태로 쌓이게 되는데, 이것이 초음파상에서 보이는 '다낭성(주머니가 많은) 난소'의 실체다.
우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위협
"엄마도 그랬으니 나도 그런 걸까?" 유전적인 요인도 분명 있지만, 최근 환자가 급증하는 데는 환경의 변화가 큰 몫을 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플라스틱 용기, 영수증, 캔 음료의 코팅제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들이 호르몬인 척하며 몸을 속이기 때문이다.
⚠️ 일상 속 호르몬 교란범 '제노에스트로겐'
이 물질들은 몸속에 들어와 마치 여성 호르몬처럼 행세하거나, 진짜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 편의점 도시락 & 뜨거운 커피 뚜껑: 열이 가해질 때 플라스틱 성분이 녹아 나올 수 있다.
- 종이 영수증: 표면에 코팅된 비스페놀A(BPA)가 피부로 흡수된다.
- 강한 향의 세제와 화장품: 일부 인공 향료 성분은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한국 여성은 조금 다르다: 마른 다낭성
서양의 의학 교과서에서는 비만이 주된 원인이라고 하지만, 한국 진료실 풍경은 다르다. 겉보기엔 날씬하거나 심지어 말라 보이는 환자들이 많다. 이를 '마른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 부른다.
이들의 특징은 '근육 부족'과 '숨겨진 뱃살'이다. 체중계 숫자는 정상이지만, 에너지를 태우는 엔진 역할을 하는 근육이 부족해 대사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작정 굶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는 오히려 독이 된다. 근육이 더 빠지면서 호르몬 불균형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약보다 강력한 생활 처방전
피임약이나 배란 유도제는 당장의 증상을 완화해주지만, 근본적인 체질까지 바꿔주지는 못한다. 내 몸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1. 거꾸로 식사법
혈당이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탁에서 밥부터 한 숟가락 뜨는 습관을 버리자. '채소 → 단백질(고기, 생선, 두부) → 탄수화물(밥)' 순서로 먹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흰 쌀밥보다는 현미나 잡곡이 좋다는 건 알지만 실천이 어렵다면, 밥 양을 반으로 줄이고 두부를 더 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2. 허벅지를 키우는 투자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근력 운동이다. 특히 허벅지는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저장하고 태우는 거대 저장소다. 스쿼트나 계단 오르기처럼 하체 근육을 쓰는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한눈에 보는 관리 포인트
| 구분 | 핵심 전략 |
|---|---|
|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 현재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배란이 돌아올 확률이 높다. 식단 조절이 최우선. |
| 마르거나 정상 체중이라면 | 체중 감량보다는 근육량 늘리기에 집중. 규칙적인 식사로 혈당 널뛰기 방지. |
완치가 아닌 '관리'의 영역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감기처럼 약 먹고 뚝딱 낫는 병이 아니다. 하지만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활 습관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충분히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오늘 당장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