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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없는 스마트 기저귀 어디까지 개발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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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요양 병원이나 가정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되고 민감한 부분은 단연 '배설 케어'다. 수시로 기저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이고, 제때 교체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부 질환이나 욕창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고통을 준다.

그런데 최근, 단순한 기저귀 교체 알림을 넘어 기저귀가 스스로 소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기술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놀랍게도 이 기저귀에는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소변 자체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자가 발전 스마트 기저귀'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그 원리와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배터리가 없는데 어떻게 작동할까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는 반드시 전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회용품인 기저귀에 리튬 배터리를 넣는 것은 환경적으로나 비용적으로 무리수다. 딱딱한 배터리가 착용감을 해칠 수도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소변 그 자체를 배터리로 쓰자"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소변 속 당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효소 연료전지

첫 번째는 소변 속에 있는 유기물, 특히 '포도당(당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주로 일본 도쿄이과대학 등에서 연구하는 이 기술은 종이 위에 특수한 효소를 입혀 만든다. 기저귀가 소변에 젖으면 이 효소가 소변 속 포도당을 분해하면서 전자를 내놓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재미있는 점은 소변에 당분이 많을수록 더 많은 전기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전기가 많이 생성된다면 착용자의 당뇨 수치가 높다는 신호가 된다. 별도의 센서 없이도 발전량 자체가 건강 지표가 되는 셈이다.

레몬 전지 원리를 응용한 금속 반응 전지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레몬에 아연판과 구리판을 꽂아 전구에 불을 켜는 실험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원리를 기저귀에 적용한 것이다. 퍼듀 대학교나 일본의 아사히 카세이(AKM) 같은 곳에서 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마른 기저귀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금속 전극이 숨겨져 있다. 평소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다가, 소변(전해질)이 닿는 순간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전기가 흐른다. 이 방식은 순간적으로 꽤 강한 전력을 낼 수 있어서, 스마트폰으로 "지금 감염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정도다.

단순히 젖는 것을 넘어 질병을 감시한다

초기 스마트 기저귀가 "축축하니 갈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 개발되는 2세대 스마트 기저귀는 "주인님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라고 경고하는 의료 진단 기기에 가깝다.

침묵의 살인자 요로감염 포착

노인 환자에게 요로감염(UTI)은 치명적이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치매 환자의 경우 통증을 말하지 못해 병을 키우다 패혈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신 스마트 기저귀는 소변 속의 '아질산염' 농도를 감지한다. 세균이 번식하면 아질산염 수치가 올라가는데, 기저귀가 이를 즉시 감지해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경고를 보낸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감염 사실을 알 수 있어 조기 치료가 가능해진다.

채혈 고통 없는 당뇨 관리

당뇨 관리를 위해 매일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앞서 언급한 효소 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하면, 기저귀를 차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혈당 변화 추이를 알 수 있다. 물론 혈액 검사만큼 정밀하진 않더라도, 일상적인 모니터링 용도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외에도 탈수 상태나 신장 기능 이상까지 체크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실험실을 넘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기술

이 기술들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과 2025년을 기점으로 대학 연구실을 넘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구분 기존 제품 (1세대) 차세대 기술 (2세대)
전원 방식 동전 배터리 부착 (교체 필요) 자가 발전 (소변 연료)
주요 기능 습도(오줌) 감지 및 교체 알림 감염, 당뇨, 탈수 등 질병 진단
형태 기저귀 겉에 붙이는 센서 기저귀 일체형 (보이지 않음)

특히 일본의 아사히 카세이(AKM)는 2026년 CES에서 배터리 없는 스마트 기저귀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변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기를 모아 통신 신호로 바꾸는 전용 반도체 칩까지 개발된 상태다. 이는 곧 우리가 마트에서 '건강 진단 기저귀'를 살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남겨진 과제와 앞으로의 전망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사람마다 소변 성분이 다르고, 비타민C 같은 영양제를 먹으면 센서가 오작동할 수도 있다. 또한 매일 버려지는 기저귀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이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종이나 친환경 소재로만 회로를 만드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주는 가치는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환자의 존엄성'이다. 불필요하게 잠든 환자를 깨워 기저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말 못 하는 고통을 미리 알아챌 수 있다. 배터리 없는 스마트 기저귀는 단순한 위생 용품을 넘어, 고령화 사회를 지탱하는 따뜻한 기술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 - Self-Powered Smart Diaper Technology Report (2025 Analysis)
  • - Purdue University & Tokyo University of Science Research Papers
  • - AKM CES 2025 Tech P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