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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현상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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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에 큰맘 먹고 비싼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거나, 피부에 좋다는 기능성 화장품을 새로 바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제품을 사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속이 메스껍거나 피부가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판매처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문의하면 십중팔구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그건 명현 현상입니다. 몸속의 나쁜 독소가 빠져나가는 과정이니 안심하고 계속 드세요."

이른바 '호전 반응'이라고도 불리는 이 달콤한 말은 과연 사실일까? 아픈 만큼 건강해진다는 믿음,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진실과 위험성을 파헤쳐 본다.

명현이라는 말은 의학 용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현(瞑眩)'을 오래된 한의학 용어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 뿌리는 의학서가 아닌 유교 경전에 있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한 곳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이다.

옛날 은나라의 왕이 신하에게 "약이 어지러울 정도로 독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약불명현 궐질불추)"라고 말한 대목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독한 약을 먹으라는 뜻이 아니었다. 임금이 신하에게 "내 귀에 거슬리는 쓴소리(충언)라도, 그것이 나라를 고치는 약이니 과감하게 조언해 달라"고 부탁하는 정치적 은유였다.

즉, 마음을 어지럽게 할 정도의 직언을 받아들여야 통치가 바로 선다는 인문학적 비유가 현대에 와서 엉뚱하게도 부작용을 정당화하는 만능단어로 둔갑한 것이다.

독소가 배출되는 과정이라는 착각

시중의 건강식품 판매자들은 구토, 설사, 두통, 피부 발진 등 온갖 증상을 명현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몸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독소나 노폐물이 제품의 효능 덕분에 밖으로 배출되면서 일시적으로 통증이 생긴다는 논리다. 이를 '빙산의 일각' 이론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이 이러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편함은 '치유의 과정'이 아니라, 우리 몸이 해당 물질을 거부하는 '경고 신호'다.

진짜 호전 반응은 따로 있다

물론 의학적으로 치료 과정에서 증상이 일시적으로 격해지는 현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감염 내과에서는 이를 '야리시-헤릭스하이머 반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명현 현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구분 의학적 현상 (헤릭스하이머 반응) 상업적 명현 주장
원인 매독 등 특정 세균을 죽이는 강력한 항생제 투여 건강기능식품, 비타민, 화장품 등
발생 시기 약 투여 후 2시간~24시간 이내 급격히 발생 며칠 뒤 혹은 몇 주 뒤 예측 불가능하게 발생
지속 시간 24시간 이내에 자연 소실 수일에서 수주, 길게는 몇 달간 지속된다고 주장

위 표에서 보듯, 진짜 의학적 반응은 강력한 항생제가 균을 대량으로 죽일 때 균이 내뿜는 독소 때문에 발생하며, 하루 이내에 끝난다. 일반적인 식품이나 영양제는 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아니므로 이런 반응이 나타날 수 없다.

참고 먹다가 응급실 갈 수 있다

소비자들이 명현 현상이라고 믿고 참는 증상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다수는 '알레르기 반응'이거나 '독성 반응'이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섭취한 물질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면 두드러기, 가려움증, 붓기 등이 나타난다. 이를 독소가 빠지는 과정이라 착각하고 계속 섭취하면, 면역 반응이 폭발하여 호흡 곤란이나 쇼크(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피로감이나 황달은 간이 보내는 비명일 수 있다. 특정 성분이 간에서 독성 물질로 변해 간세포를 파괴하고 있는데, 이를 호전 반응으로 오인하여 방치하면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현명한 소비자를 위한 3일의 법칙

일본의 한 연구소에서 64년 동안의 환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진짜 명현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는 1년에 한 건 있을까 말까 했다고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광고는 통계적으로 거짓에 가깝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해 가장 쉬운 판단 기준은 '기간'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이상 반응이든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픈 만큼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아프면 멈춰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건강기능식품 섭취 후 나타나는 이상 증상을 명현 현상으로 광고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안전성이 입증된 원료로 만든 정상적인 제품이라면 섭취 후 고통이 따르지 않아야 한다.

결론,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자

건강해지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돌아오는 것이 고통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길이다. 명현 현상이라는 핑계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상술일 가능성이 높다. 몸이 보내는 불편한 신호는 치유의 과정이 아니라 '거부 반응'임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영양제나 화장품을 사용한 후 몸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판매자의 말보다는 의사의 진단을 신뢰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련 없이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