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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이를 본인이 스스로 자각하여 치료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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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뻐근하거나 이유 없는 두통에 시달려 본 적이 있는가? 혹은 함께 자는 가족으로부터 "어제 밤에 이를 심하게 갈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갈이는 단순한 잠버릇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치아와 턱관절에 미치는 파괴력이 상당하다. 많은 이들이 병원을 찾기 전 "내가 스스로 이갈이를 고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자가 치료를 시도한다. 과연 이갈이는 스스로 자각하고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인지, 아니면 반드시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질환인지 심도 있게 살펴본다.
무의식 속의 파괴자, 이갈이의 정체
이갈이를 스스로 고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수면 중 무의식적 운동 장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 턱에 힘을 주는 습관(이악물기)은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잠든 사이에 일어나는 이갈이는 뇌가 얕은 잠에서 깰 때 발생하는 '미세 각성' 반응과 관련이 깊다. 뇌가 잠시 깨어나면서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그 결과 턱 근육이 리듬감 있게 수축하며 치아를 갈게 되는 것이다. 즉, 내 의지와 상관없이 뇌와 신경계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턱이 움직이는 셈이다.
거울만 봐도 알 수 있는 내 몸의 신호
본인이 자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우리 몸은 이갈이가 남긴 흔적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다. 다음의 징후들을 거울 앞에서 확인해 본다면 병원에 가기 전 스스로 이갈이 여부를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혀 가장자리의 울퉁불퉁한 자국
가장 흔하고 확실한 증거는 혀에 있다. 거울을 보고 혀를 내밀었을 때, 혀의 양쪽 가장자리가 매끈하지 않고 조개껍데기나 파도 모양처럼 울퉁불퉁하다면 이갈이나 이악물기를 의심해야 한다. 이를 '치흔'이라 부르는데, 무의식중에 혀를 치아 쪽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치아의 형태가 혀에 찍힌 것이다. 이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어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혀를 앞으로 내미는 사람에게서도 자주 관찰된다.
볼 안쪽의 하얀 실선
입을 벌려 볼 안쪽 점막을 살펴보자.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는 높이를 따라 하얀색 실선이 길게 나 있다면, 이는 밤새 볼 점막이 치아 사이로 빨려 들어가거나 눌려서 굳은살이 박인 것이다. 이를 '백선'이라 하며, 현재 활발하게 이갈이를 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톱으로 자른 듯 평평한 치아
송곳니는 원래 뾰족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송곳니 끝이 무디거나, 앞니 끝이 자를 대고 자른 것처럼 일직선으로 갈려 있다면 오랜 기간 이갈이가 지속되었음을 의미한다. 심한 경우 치아 표면이 패여 찬물에 시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국에서 파는 마우스피스의 치명적 위험성
자가 진단 후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저렴한 기성품 마우스가드(이갈이 방지 장치)를 구매하는 것이다. "비싼 치과 장치 대신 일단 싼 걸 써보자"는 심리지만, 이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 껌 씹기 효과 (Chewing Effect): 시중 제품은 착용감을 위해 말랑말랑한 고무나 실리콘 재질인 경우가 많다. 우리 뇌는 입안에 부드러운 것이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씹으려는 반사 작용을 일으킨다. 이갈이를 막으려다 오히려 밤새 턱 근육 운동을 시키는 꼴이 되어 사각턱과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
- 치아 맞물림의 변화 (교합 이상): 정밀하게 제작되지 않은 장치는 특정 치아만 덮거나 누를 수 있다. 이로 인해 어금니가 솟아오르거나 앞니가 닿지 않는 '개방 교합'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여, 나중에는 밥을 먹기 위해 거액의 치아 교정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 구분 | 치과 맞춤형 장치 (스플린트) | 시중 기성품 장치 |
|---|---|---|
| 재질 | 단단한 레진 (근육 이완 유도) | 부드러운 실리콘 (씹는 반사 유발) |
| 정밀도 | 치아 전체 균일한 접촉 | 특정 부위만 닿거나 헐거움 |
| 안전성 | 정기 검진으로 부작용 예방 | 치아 이동, 교합 변화 위험 높음 |
집에서 할 수 있는 안전한 자가 요법
그렇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까? 그렇지 않다. 위험한 장치를 사용하는 대신, 근육의 긴장을 풀고 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은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1. 턱의 휴식 자세, N 포지션
평소 깨어 있을 때 위아래 치아는 떨어져 있어야 정상이다. 의식적으로 혀의 앞부분을 'N(엔)' 발음할 때처럼 입천장 앞쪽에 가볍게 붙이고, 어금니는 2~3mm 정도 띄운 상태를 유지하자. 이 자세는 턱 근육의 긴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풀어주는 생리적 휴식 위치다.
2. 따뜻한 찜질과 마사지
턱 근육이 뭉쳐 있다면 따뜻한 수건으로 10~15분간 온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이를 꽉 물었을 때 볼록 튀어나오는 턱 근육(교근)과 관자놀이 부근(측두근)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마사지해주면 근육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3.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
연구에 따르면 똑바로 누워 잘 때보다 옆으로 누워 잘 때 이갈이 빈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도가 확보되면서 수면 무호흡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이 동반된 이갈이 환자라면 수면 자세를 바꿔보는 것도 좋은 시도다.
전문가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
자가 관리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치아 마모, 턱관절 소리, 통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치과(구강내과)를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치아에 딱 맞게 제작된 딱딱한 '교합 안정 장치(스플린트)'를 통해 치아를 보호하고 턱관절을 안정시킨다. 또한, 근육의 힘이 너무 강한 경우에는 보톡스 주사 요법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켜 이갈이 강도를 줄여주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이갈이는 감기처럼 약을 먹고 완치하는 병이라기보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증상에 가깝다. 스스로의 상태를 자각하는 것은 치료의 첫걸음이지만, 잘못된 자가 치료로 치아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검증된 방법과 전문가의 도움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