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게시물
태반 박리 출산 후기 2탄, 초음파 결과와 응급 수술 출산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목차
태반 박리 출산 후기 2탄, 초음파 결과와 응급 수술 출산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장된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렸는데,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초음파상으로는 아이도 괜찮고 특별한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단 지혈 주사를 맞고 경과를 지켜봅시다."
의료진의 말에 안도하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내는 태아의 폐 기능을 빠르게 성숙시키는 주사(스테로이드)를 맞았다. 아내도 태동이 계속 느껴진다며 "큰일은 아닐 거야"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폭풍 전야 같은 시간을 보내며 피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멈추지 않는 하혈, 그리고 수혈 동의서
하지만 3시간이 지나도 피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의료진은 응급 수술을 결정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도착하기로 한 4시가 지났지만, 무슨 사정인지 5시가 되어서야 도착하셨다. 그 1시간의 기다림은 내게 지옥과도 같았다. 첫째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심심하다며 보채기 시작했고, 나는 아이를 달래면서도 온 신경이 분만실 쪽으로 쏠려 있었다.
아내가 수술하러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급하게 달려 나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긴급 수혈 동의서'였다. 사인을 하라는 그 말이 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 단순히 아이를 낳는 수술이 아니라, 아내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나는 수술실 밖 복도에서 몇 시간 동안 기도를 하고 또 했다. 제발 아내와 아이 모두 무사하게 해 달라고.
2.35kg의 기적, 하지만 나오지 않는 아내
일반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아이는 금방 나오고, 산모도 후처치 후 1시간 정도면 회복실로 돌아온다고 들었다. 수술 시작 후 1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아이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 임신 주수: 35주 6일 (36주 미만 조산아)
- 출생 체중: 2.35kg (초음파 예상 2.2kg보다 컸음, 그러나 2.5키로 미만으로 저체중아)
다행히 아이는 우렁차게 울어주었고 스스로 호흡이 가능해 니큐(NICU,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양가 부모님께 아이가 건강하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아이가 나온 지 1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내가 나오지 않았다. 초조함이 극에 달할 때쯤, 이동 침대에 누운 아내가 수혈 팩을 주렁주렁 매단 채 밖으로 나왔다. 마취가 덜 풀려 정신이 혼미해 보였고, 혈압과 체온이 잡히지 않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죄책감, 그리고 2파인트의 혈액
덜덜 떠는 아내를 보자마자 불현듯 수술에 들어가기 전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제 만삭인데 너무 돌아다닌 거 아니냐, 산모가 몸 관리를 안 하니 이런거 아니냐"며 핀잔을 줬던 일.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내내 '혹시 그게 내가 아내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되면 어쩌지'라는 공포에 시달렸었다.
간신히 눈을 뜬 아내에게 "고생했어"라고 말하는데,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나중에 의료진에게 들어보니 수술 중 출혈이 너무 심해 피를 2파인트(Pint)나 수혈했다고 한다.
보통 제왕절개 시에는 수혈 없이 수액만으로 회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농축적혈구로 약 800ml에 달하는 2파인트를 수혈했다는 건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대량 출혈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병원에 비축된 혈액을 아내가 모두 사용하는 바람에, 우리 뒤에 온 응급 산모는 혈액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까지 목격했다. 그제야 아내가 얼마나 위험한 고비를 넘겼는지 실감이 났다.
의사의 한마디 "집에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수술 집도의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배를 열어보니 자궁 안에 이미 '피떡(혈전)'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태반 조기 박리'였다. 태반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출혈이 자궁 밖으로 다 나오지 않고 안쪽에 고여 있었기 때문에, 초음파상으로는 깨끗해 보였던 것이다. 의료진조차 개복 전에는 이 정도 심각성을 몰랐던 은폐형 박리였다.
"집에서 조금만 더 지체했으면 산모와 아이 모두 정말 위험했습니다. 빨리 오셔서 천만다행입니다.
의사의 그 말을 듣는데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저 배 뭉침이려니 하고 집에서 참았더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길고 길었던 밤
아내는 수술 후 꼼짝없이 12시간 동안 누워 있어야 했다. 오로(출산 후 분비물)가 계속 배출되었기에 엉덩이 밑에 깐 기저귀(패드)를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했다. 간호사분들이 중간중간 체크하며 도와주셨지만, 나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내 곁을 지켰다. 혹시라도 다시 출혈이 심해질까 봐, 혹시라도 아내가 다시 추워할까 봐.
35주 6일, 2.35kg. 조금 일찍, 조금 작게 태어났지만 씩씩하게 세상에 나온 우리 둘째. 그리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내 곁으로 돌아와 준 아내. 평온했던 일요일을 뒤흔든 이 사건은 우리 가족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뼈저리게 일깨워 주었다.